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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6월 1일_성 유스티노 기념일 강론2021-06-02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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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의 것, 하느님의 것 


61() 유스티노 순교자 기념일

 


황제의 것은 황제에게 돌려주고,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께 돌려 드려라”(마르 12,17).

황제의 것, 하느님의 것은 서로 다릅니다. 상호 배타적입니다

황제의 것은 하느님의 것이 아니고 하느님의 것은 황제의 것이 아닙니다

황제의 초상과 글자가 새겨진 은 황제의 것이고 황제에 속합니다


돈은 권력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돈이 권력/힘을 발휘하는 방식은 배제지배입니다

첫째, 돈이 없는 사람은 필요한 것을 구할 수 없는 상황을 조성합니다

둘째, 소수만 돈을 풍족하게 소유합니다. 이렇게 되면 대다수 사람은 그 소수에게 복종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존경해서가 아니라 먹고 살기 위해 필요한 것을 얻으려고, 생계를 유지하려고 복종합니다. 이렇게 돈은 사람을 지배하는 권력이 됩니다

오늘날 사람들은 대개 임금노동으로 살아갑니다. 돈이 없으면 살 수 없는 환경이고 돈을 줄 수 있는 곳에 자신의 노동력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임금을 받아 살아갑니다. 기업/회사/공장에 복종합니다

부자가 힘이 있으려면 돈이 없는 사람들, 가난한 사람들이 필요합니다. 가난한 사람들이 없어진다는 것은 부자의 힘이 없어진다는 것을 뜻합니다. 그러니 재화를 아무리 많이 생산해도 가난한 사람들은 없어지지 않습니다. 그러면 부자, 힘이 있는 사람들이 부와 힘을 잃게 되는데, 그들은 그렇게 되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부자가 부의 분배를 통해 가난한 사람들과 평등하게 되려고 하지 않는 한, 불평등은 결코 없어지지 않습니다

돈은 불평등을 전제하고, 유지하고, 강화합니다.

 


황제의 것은 황제에게 돌려주고,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께 돌려 드려라.”

하느님의 것은 그렇지 않습니다. 하느님은 황제와 같은 방식으로 행동하지 않으십니다

하느님은 사랑입니다. 사랑은 하느님에 속합니다. 사랑의 작동 방식은 포용/환대, 섬김/공생입니다

사랑은 돈과 반대의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불평등을 전제하지도, 유지하지도, 강화하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상대와 같은 처지가 되어 불평등을 없애려고 합니다

하느님의 강생은 하느님이 인간과 같은 처지가 된 사건입니다.

 


황제의 것은 황제에게 돌려주고,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께 돌려 드려라.”

우리는 황제와 하느님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아무도 두 주인을 섬길 수 없다. 한쪽은 미워하고 한쪽은 사랑하면, 한쪽은 떠받들고 다른 쪽은 업신여기게 된다. 너희는 하느님과 재물을 함께 섬길 수 없다.”(마태 6,24) 

여기서도 예수님은 같은 말을 하고 계십니다. 오늘날 우리는 돈의 힘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는 자본주의 세계에서 살고 있습니다

아무리 하느님의 것을 쫓는다고 하지만 어느새 자본의 작동 논리에 들어가 있습니다

하느님의 일을 열심히 한다고 하는데, 결국 자본의 논리를 강화해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일이 도처에서, 알지 못하는 사이에 생겨납니다. 이것이 자본의 진정한 힘, 재물의 무서운 힘입니다

하느님을 섬긴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황제를 섬깁니다. 그래서 오늘날은 유스티노를 비롯하여 수많은 순교자를 낳았던 시대보다 더 힘들지 모릅니다.

 

어느 때보다 깨어있는 것이 더 필요한 때입니다. 특히 총회를 준비하는 수녀님들에게 깨어있는 힘, 분별의 지혜, 분별한 것을 실천할 용기와 담대함을 청합니다.



- 예수회 조현철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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