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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대림 1주 전례 묵상2021-11-29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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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 1주 전례 묵상 중에서... 



오실 주님을 기다리다라는 말은 그렇게 평화롭고 멋진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우리의 기도를 들으시고 이루어주시리라는 것을 믿으며 기도하지만

다음 순간 주님께서 이루어 주시기를 기다리는시간은 아주 천천히 흐르다가 멈추어 버린 것 같아집니다.

감당할 수 없는 하느님의 침묵 앞에 우리의 기도는 한풀 꺾인 채 쪼그라들고,

그리고 더는 기다릴 이유조차 찾지 못한 채 낙담해버립니다.

 

주님을 기다리면서 무엇을 해야할까요?

 

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유태인들의 명절 유월절이면 꼭 등장하는 노래가 한 곡이 있습니다

그것은 '아니마민'이라는 노래입니다

히브리어로 '나는 믿는다'라는 뜻인 이 곡은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유대인들에 의해 만들어진 노래인데.

다음과 같이 시작됩니다.

 

"우리는 구세주가 오시리라는 걸 믿고 있다. 그러나 구세주는 조금 늦게 오신다. “

 

그들은 이 노래를 부르며 가스실로, 생체실험실로, 총살현장으로 걸어갔습니다.

죽음의 행진을 하고 있는 동족들의 행렬을 바라보던 수용소의 한 외과의사,

자기 자신도 이 노래를 부르며 머지않아 가스실로 끌려가게 될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어느날, 노동시간에 그는 흙 속에 파묻힌 깨진 유리병 조각을 바지 주머니에 숨겨가지고 돌아왔습니다.

그날부터 그는 매일 그 유리병 조각의 날카로운 파편으로 면도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아니마민이라는 노래 가사를 이렇게 고쳐 불렀습니다.

 

"난 구세주가 오시리란 걸 믿고 있다. 주님이 늦게 오시는 것이 아니라

다만 내가 성급할 뿐이다"

 

그는 아무것도 할 수없는 극한 상황 속에서 아침과 저녁 두 차례 면도를 했습니다.

매일 오후가 되면 나치들이 유태인들 중에서 그 날 처형자들을 골라냈습니다

사람들은 아우슈비츠에 들어서는 날부터 죽음을 예감하고, 절망에 빠져버립니다

나치는 살 의지가 없어 거의 죽을 것 같이 보이는 사람들을 골라서 가차 없이 가스실로 보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외과의사의 턱을 볼 때마다 차마 그를 가스실로 보내지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그는 잘 면도질된 파란 턱 때문에 삶의 의지로 넘쳐 있었고 아주 쓸모 있는 인간처럼 보여 그를 죽이는 것은 이르다고 생각하게 만들었던 것입니다.

 

동료들이 죽어갈 때마다 외과의사는 자신의 비망록에 이렇게 썼습니다.

 

"고통 속에서 죽음을 택하는 것은 가장 쉽고 나태한 방법이다.

죽음은 그리 서두를 것이 못된다.

죽음 앞에서 살아남으려고 하는 의지, 이것이야말로 주님이 원하시는 것이다."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극한의 상황에서 자신의 절망과 근심을 병조각으로 살을 깎듯이 매일 면도질을 했습니다.

그는 주님은 결코 늦게 오시지 않는다. 다만, 성급한 인간들이 주님을 기다리지 못하는 것이다."라고 믿었던 것입니다.

 

결국 그 외과의사는 나치가 완전히 패망할 때까지 살아남았습니다,

그가 아우슈비츠를 떠날 때 그의 소지품은 단 두 가지.

그것은 비망록과 유리 조각,

그날 그는 이렇게 외쳤습니다.

 

"가스실로 떠난 동족들은 한 번 죽는 것으로 족했다.

그러나 난 살아남기 위해서 매일 죽지 않으면 안되었다."

 

삶에 대한 의지를 가지고 하느님의 도움을 기다렸던 유태인 의사는 말합니다.

 

하느님의 도움은 결코 늦는 법이 없습니다. 다만 우리가 너무 성급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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