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 편지 자비: 내게 가장 많은
말을 해주는 단어 특별 성찰과 일반 성찰
2023년 11월 29일, 로마에서
빈첸시안 가족운동의 일원이신 여러분께,
주님의 평화가 항상 여러분과 함께 하시길 빕니다. 대림시기가 목전에 다가왔습니다. 우리 자신을 들여다보게 되는 때, 밤낮으로 천국을 바라보게 되는 때, 예수님께 눈을 돌려 우리가 성탄시기를
준비하는 것에 더해 우리의 영적인 집을 세울 수 있는 더 강한 토대를 마련하도록 하는 은총의 날들이 우리 앞에 놓여있습니다. 이는 일년 중 어느 한 부분만에 국한되는 일이 아니라 예수님께서 우리 각자에게 바라고 계획하시는 대로 영적인
집을 짓는 계속적인 과정의 일부입니다. 예수님의 그 꿈은 우리 공동의 목표를 향해 있습니다. 바로, 아버지의 집으로 들어가는 것, 하느님 나라의 충만함을 아는 것, 영원한 생명을 즐기는 것,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수 십억 명의 성인들과 예수님과 함께 천국에서 영원히 지내는 것입니다. 어느 왕국에 독서를 매우 좋아하는 한 왕이 있었습니다. 그는 알고 싶은 게 너무나 많아서
끊임없이 새 책을 사들였고 길이가 수백 미터나 되는 도서관 여러 개가 꽉 찰 만큼 책을 많이 모았습니다. 왕은
평생 동안 수 천 권의 책을 읽었습니다. 그러다 이 왕이 늙어 죽을 병에 걸렸습니다. 의사들은 그에게 “길어야 여섯 달 정도 살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러자 책을 더 읽고 싶던 왕은 자기 대신 책을 읽을 사람 백 명을 불러모아 자기가 아직 못 읽은 책 천 권을
읽고 그 중에서 백 권을 골라 달라고 명했습니다. 네 달이 지나 그들이 백 권의 목록을 추려 왕에게
갔으나 왕은 의사들에게서 그동안 자신이 건강이 악화되었다는 말을 듣고 남은 두 달 동안 백 권을 읽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왕은 그들에게 다시 그 중 열 권을 추려 새로운 목록을 작성하도록 했고, 이번에는 더 빨리
작업이 끝났습니다. 한 달 만에 열 권을 선택하여 왕에게 가져갔지만 왕은 건강 악화로 시력을 거의 잃어버려
책을 읽기가 불가능할 정도였습니다. 그는 자신이 두 달 안에 열 권을 읽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도 왕은 여전히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책 한 권은 읽을 수 있을 것이라는 부푼 희망을 품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2주 안에 그 중 한 권을 선택하도록 했습니다. 2주 후 그들이 왕에게 다시 책 한 권을 가져갔을 때 그는 죽음을 눈 앞에 두고 있었습니다. 왕은 시력을 완전히 잃었고 청력도 거의 상실했으며 기운이 다 빠져 대부분 잠든 채 하루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가끔 정신이 맑아질 때도 있어서 그들에게 다시 하루의 시간을 주며 가져온 그 책을 한 마디로 요약해오라고
했습니다. 왕은 왠지 그날이 자신의 마지막 날이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들은 그날 밤을 새어 함께 그 책들을 읽고 지난 몇 달 동안 읽었던 천 권의 책에 담긴 내용을 꿰뚫는 한 단어를 찾아내는 데에 성공했습니다. 다음 날 이른 아침, 그들은 죽음의 고통으로 괴로워하며 정신이 혼미하던
왕에게 다가가 말했습니다. “폐하, 우리는 지난 몇 달 동안
많은 책을 읽을 수 있는 특전을 누렸습니다. 폐하께서 명하신 대로, 우리는
오늘 그 많은 책에 기록된 모든 내용을 아우르는 단어 하나를 폐하께 가져왔습니다. 그 단어는 바로 ‘사랑’입니다.” 만약 우리가 신약성경 전체를 읽고 핵심이 되는 내용과 의미, 메시지를 담은 한 단어를 선택하고자
한다면 아마 대부분 ‘사랑’을 꼽지 않을까 합니다. 물론 누군가는 자신의 삶의 여정의 특정 시기에 ‘사랑’이라는 단어보다 더 깊이 와 닿는 다른 단어를 찾을 수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에게 신약 전체를 대표하는 한 마디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저는 ‘자비’를
택할 것입니다. 빈센트 성인 시대부터 성인이 권고한 바에 따라, 전교회와 사랑의 딸회 회원들은 그들의 영성생활을
위한 실천 중 하나로 특별 성찰과 일반 성찰을 해왔습니다. 빈센트는 전교회원들에게 이런 수련을 통해
하느님의 은총으로 자기를 더 잘 알게 되고, 자신을 교정하여 완덕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의지가 지속적으로
생기게 된다고 말하며, 악습을 뿌리 뽑고 덕을 자리잡게 하는 데에 있어 성찰의 중요성을 상기시키곤 했습니다. (공동 규칙서 10, 9; 회칙 19)
특별 성찰은 대개 정오 무렵이나 점심 식사 전에 하게 됩니다. 성찰을 하는 이는 하느님의 부드러운
시선 앞에서 아침 묵상 때 결심한 내용을 더 잘 실천하기를 바라고 다짐하며 필요한 은총을 청합니다. 빈센트
성인은 사랑의 딸회 수녀들에게 특별 성찰의 의미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저녁 식사 전에 하는
양심 성찰에 충실하십시오, 수녀님들. 여러분은 그것이 아침
묵상 때 한 결심이라는 것을 알지요. 여러분이 하느님의 은총으로 그것을 실천할 수 있었다면 하느님께
감사 드리고, 여러분의 부주의로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면 그분께 용서를 구하십시오.”(CCD IX, 36-37; 훈화 6, “회칙 설명”, 1641년 8월 16일)
밤에 잠자리에 들기 전에 철저한 내적, 외적 침묵 가운데 우리 각자는
일반 성찰을 해야 합니다. 삶을 돌아보는 마음으로 우선 주님께 받은 좋은 것들에 감사드리고 그분께 용서를
구하며, 회심의 결심을 하고 선행을 꾸준히 하며 그분을 거스르는 것을 피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좋은 생각을 품고 여러분의 마음을 하느님 안에 둔 채 잠이 들게 됩니다. “저녁 양심 성찰 후에는 다음 날 묵상 시간까지 침묵을 지키십시오. 그러면
겉으로도 드러나는 이 잠심의 시간이 여러분이 마음으로 하느님과 대화할 수 있게 해 줄 것입니다. 특히
잠자리에 들기 전 하느님께 드리는 흠숭의 외적 표현을 한 후, 그리고 그분의 거룩한 축복을 받은 후
이 침묵을 잘 지키십시오.”(CCD IX, 6-7; 훈화 1, “회칙
설명”, 1641년 7월 31일)
‘사랑의 신비가’이신 빈센트 드 뽈 성인께서는 지금 우리 빈첸시안 가족
운동의 모든 회원에게 매우 분명히 요청합니다. 우리를 거룩함으로 이끄는 회심을 하기 위해서 특별 성찰과
일반 성찰이라는 이 훌륭한 방법을 매일 실천하라고 말입니다. “양심 성찰”이라는 말에서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그것이 이제는 더 이상 의미 없는 것으로 여겨지거나 예수님이 나의 성장을 위해 직면하도록 초대하시는 나의 모습을
피하고 싶을 수도 있습니다. 만약 그 시간을 예수님이 하루에 두 번씩 매일 매일 엄격하게 우리를 판단하시며
우리 약점과 죄, 실패들을 지적하시는 시간으로 여긴다면 피하고 싶은 게 당연합니다. 하지만 사실 그 반대가 맞습니다. 예수님은 하루 두 번 그 침묵의 시간 동안 우리에게 당신의
사랑과 자비를 보여줄 기회를 노리고 계십니다. 그 시간은 우리가 매일 읽는 성경, 특히 신약성경으로 돌아가 신약의 전체 메시지를 요약해주는 그 ‘한
마디’, 곧 ‘사랑’이라는
말, ‘자비’라는 말, 혹은
우리에게 깊이 와 닿는 다른 단어를 끌어낼 수 있는 시간입니다. 그런 관점으로 보면 우리에게 변화와
회심, 성덕을 위한 노력을 하고자 하는 마음을 불러일으켜주는 이런 기회가 주어지는 것에 수백 번도 더
기뻐해야 할 것입니다. 빈첸시안 가족 운동에 속한 각각의 수도회와 평신도 단체, 그리고 개개인들은 고유의 영적
전통을 가지고 있을 겁니다. 저는 특별 성찰과 일반 성찰이라는 영적 유산을 초기부터 물려받은 수도회들과
여러가지 이유로 그들의 영적 여정에서 이를 실천하고 있지 않은 그 회원들에게 그들 영적 여정에서 이 선물을 다시 살려내고 회복하도록 초대합니다. 또한 그 두 가지 은총의 순간을 매일 매일 꾸준하고 충실히 지켜 손수 그 증거와 본보기가 되어준 수도회들에게
감사드립니다. 같은 맥락에서, 하루 중 예수님과 함께하는 이 두 가지 침묵의 순간을 잘 이용하고 있는
평신도들께 빈첸시안 가족 여부를 막론하고 그들의 모범과 증거에 감사드립니다. 아직 양심 성찰이 기도
생활의 일부가 되지 못한 수도회 회원들이나 평신도가 있다면 매일 두 번 예수님과 마주하는 이 순간을 그들 기도 생활에 포함시키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사랑”이시고, “자비”이신 예수님 앞에 서 있는 것입니다. 이번 대림시기는 우리에게 매일 두 번씩 주어지는 이 은총의 시간을 더 살려냄으로서 우리 삶의 기반을 확고히 하는 기회가 될 것이며, 또 누군가에게는 이 성찰의 순간을 “지금 여기에서”, 영원토록 충만한 예수님의 얼굴을 분명하게 바라보는 시간으로 만들어가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빈센트 성인 안에 여러분의 형제,
전교회 총장 토마즈
마브릭 신부 영한번역: 수원 성 빈센트 드 뽈 자비의 수녀회 클레오파 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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