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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의료봉사를 다녀온 간호사의 글.
조회수 290
2020-04-27 10:07

본원 71병동 소속인 이승현 로사 간호사가, 대구 의료봉사를 다녀와서 제게 보내준 글입니다.

3주간의 근무를 끝내고 자가격리에 들어가면서 기록했던 내용인 것 같습니다.

수녀님들과 공유하고 싶어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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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맞이하지못한 사람들과 함께한 봄이야기

(의료지원 3주차를 마무리하며.)


대구에 내려오기 전 내 짝꿍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가 한달을 내려가면 우리 15개월, 33개월 딸 아이들과

헤어져야하기 때문있다. 나의 짝꿍은 나의 선택을 응원해주었고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바로 재택근무 겸 육아

휴직서를 제출하였다. 사실 부모님들께는 내려가기 전날 말씀드려 너무 서운해 하셨다.

하지만 나, 내 가족이 아프면 다른 간호사들이 당연히 돌보아줄 것이고, 나 또한 그런 일을 하러 가는거라

말씀드리니 응원해주셨다. 걱정했던 아이들도 잘 지내고 있다고 한다.

주변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할 수 없었을 일이있다.


그리하여 많은 사람의 걱정과 응원을 받으며 지난 3월 16일 수원에서 대구에 내려왔다.

“와~봄꽃이 많이 피었구나, 여긴 벌써 봄이 찾아왔네” 하고 감탄을 하였다.

3주차가 지난 지금 봄꽃들은 지고 여름을 기다리며 푸른 잎을 내고 있다 .

마스크를 쓰고 출퇴근하며 본 예쁜 꽃들, 그리고 따뜻한 봄 햇살을 맞이하는 것이 한 주 한 주 지나가며

코로나로 치료 받고 있는 사람들에게  참 미안하였다.

아직도 그들은 나갈 수 없는 병실에서 스스로와 또 코로나와 싸우고있다.

코로나 PCR검사 결과를 하고 음성이 나오길 기다리며 보내는 사람들....

시간이 지날수록 너무 가벼운 마음으로 내려온 것 같아 부끄러운 생각도 들었다.

조금 더 열심히해야지, 조금 더 잘해봐야지 하면서도 체력에는 한계가 왔고 함께하는 의료진들과 버티어내었다.

정말 의사, 간호사, 조무사, 요양보호사님들까지도 서로가 서로에게 없으면 안되는 한팀이 되어있었다.

수없이 입고 벗은 방호복과 마스크,고글.. 나 뿐만 아니라 동료들을 지키는 것이라 생각하니 견딜 수 있게되었다.

서로 조금이라도 덜 일하게해주려고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니 너무 감사하였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남기신 메시지는 하루를 견디게하기도하고, 반성하게 하기도 하였다.

요약하자면 [우리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서로를 위해 태어났으며 타인을 위해 사는것은 자연의 규칙이다,

기도는 우리가 혼자가 아니라는 표시를 기억하라] 이다.

항상 병동으로 들어가기 위해 철문을 열기 전 성호를 긋고 기도를 한다. “오늘도 우리 모두가 힘낼 수 있기를 “


나는 경증환자가 입원한 병동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가족들이 함께 입원한 경우도 있었고 가족들이 각 다른 병원,

다른 병동에 입원하는 경우도 있었다. 보통 환자와 접촉은 최소로 하게 된다. 그래서 환자의 바이탈을 체크할 때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된다. 사실 대구지역은 처음이라 할머니들 말씀을 알아듣는 것이 어려웠는데, 지금은 내가

사투리를 쓰고 있다. 다들 밖에 나가고 싶어하고 가족들을 보고싶어하는 것이 제일 힘들다고 이야기한다.

나도 우리 가족이 너무 보고싶은데 환자들을 보면 그런 생각이 사라진다. 사실 아이들이 너무 보고싶어서 출근길에

노래를 듣다 오열한 적도 있다. (사랑하는그대에게 ’갓등중창단’)

너무나 안타까운 사연도 많고 너무나 속상하고 슬픈 경우도 많았다. 입원 중 남편의 부고를 전화로 받았지만 달려갈

없는 사람, 함께 입원했는데 먼저 세상을 떠나고 그저 병실에서 떠나보내고 따라가 마지막을 함께할 수 없는 사람....   

나라면 견딜 수 없겠지만 환자들은 견디어내야했다. 견디어낼 수 있게 도와주는 것도 우리의 일이었다.


할머니 환자가 다리를 긁고 계시기에 가까이 다리를 이리저리 살피는데 할머니가 내 손을 탁 쳐내며 말씀하신다.

“ 만지지마, 나 더러워, 병균이 있어, 나중에 시집가서 아이도 낳고 해야 하는데 그러면안돼” 라고 소리치시는데

괜히 눈물이났다, 그렇게 생각하시는 것이 너무 마음이 아팠다. 여러번 설명끝에야 손 잡는걸 허락하셨다.


신기했다. 환자들은 방호복을 입고 일하는 우리의 눈을 보고 누군지 알아보았다. 사실 우리도 서로가 헷갈리는데 말이다.

마지막 근무, 환자들에게 인사를 하였다, 눈물을 보이시는 분... 아쉬워하시는 분, 나 또한 많이 아쉬웠다.

먼 길 왔다며 조심히 돌아가라는 말, 잘해줘서 고마웠다는 분, 덕분에 견딜 수 있었다며 손을 안 놔주시는분 ....

그렇게 또 힘을 얻었다. 그 힘이 나의 남은 이주간의 격리 생활에서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벌써 보고 싶은 환자들...  


퇴원하는 환자들의 뒷모습을 보는 것이 3주 동안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었다.

환자들에게 한가지 줄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봄을 다시 선물 해주고 싶다. 답답한 병실이 아닌 일상에서 벚꽃놀이를 즐기며,

가족 모두가 모여앉아 맑은 공기를 마시며 함께하는 것 말이다.


2020.3.28 교황님께서 홀로 기도하시는 모습을 보았다. Orbi et Urbi

많은 사람들의 기도가 하늘에 닿기를...

어쩌면 우리의 이기심과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것을 잊은 우리에게 배려와 사랑, 헌신, 서로에 대한 희생, 그리고 자연과

함께 살아가야한다는 것을 다시 깨닫게 해주시기 위해 이런일이 일어난 것은 아닌가 생각된다.


감히 비교할 수는 없지만 예수님께서 우리의 구원을 위해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가셨고, 나는 예수님의 뒤를 따라 두려움과

싸우는 환자들을 위해 제일 잘 할 수 있는일,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을 택하였다. 만일 똑같은 일이 몇 년 후, 몇십 년 후에

생긴다 하더라도 도움을 주러 갈 것이다. 아마 모든 의료진의 마음이 그럴 것이다.

큰 바램이 있다면 부활과 함께 우리를 코로나에서 지켜주시길 바래본다.


환자들을 돌보다 코로나에 걸리신 분들을 위해 기도해본다....

많은 사람들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며 서로의 대한 희생과 배려를 기도해본다...

봄은 또 다시 올테니....

꽃은 또 다시 피어날테니 말이다....



잊을 수 없는 특별한 사순시기를 보내고 성삼일을 시작하며 자가격리에 들어갑니다.


필리 3,10

나는 죽음을 겪으시는 그분을 닮아, 그분과 그분 부활의 힘을 알고 그분 고난에 동참하는 법을 알고 싶습니다.



2020. 4. 8  대구 계명대병원 의료봉사자

                 이승현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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