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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빈첸시안가족 사순편지2023-02-21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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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파일빈첸시안가족에게보내는2023년사순편지_토마즈마브릭.pdf (1.4MB)2023-02-13 L_SG Lent Letter to VF-ENG.pdf (1.3MB)


2023년 사순을 시작하며 빈첸시안 가족 실행위원회 대표이자 전교회 총장이신 토마즈 마브릭 신부님이 모든 빈첸시안들에게 보내신 편지입니다.  


아래 그림은 전교회 로마 총원 입구에 그려진 벽화로 편지 말미에 벽화에 대한 묵상이 이어집니다. 





2023213, 로마에서

존경하는 빈첸시안 가족 여러분께

예수님의 은총과 평화가 늘 우리와 함께 하기를 바랍니다.

태초부터 하느님께서는 어느 누구도 고립된 환경에서 살기를 원하지 않으셨습니다. 바다에 있는 섬처럼 다른 곳에 갈 수도 없고 다른 사람과 관계하지 않은 채 그저 만나는 사람이라고는 자기 자신 뿐인 그런 환경 말입니다. 반대로, 태초에 하느님께서는 사람들이 계속적인 관계와 접촉을 하며, 서로에게 밝은 면 뿐 아니라 어두운 면들도 훨씬 더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거울이 되어 서로를 성장시키며 살아가기를 원하셨습니다. 처음부터 그분은 사람을 남자와 여자로 창조하여 그로부터 가정이 생겨나게 하신 것입니다. 함께 한다는 것의 보편적 모델인 이 가정은 지금까지 전 인류 역사 모든 사회 안에서 반복해서 형성되어 왔습니다.

수도자들은 지부나 준관구, 관구 혹은 수도회를 형성하는 가족들을 흔히 공동체라고 부릅니다. 심지어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서 지내는 은수자들조차 공동체, 곧 가정을 이루기에 관상수도회들도 같은 방식으로 함께 지낸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평신도 단체들도 회원들의 함께 함을 강조하여 특정한 이유와 목적을 가지고 모인 다수의 사람들을 가리키기 위해 그룹이나 팀 등의 단어를 사용합니다. 하느님은 우리가 이렇게사명’(mission)이라는 매우 구체적인 목적을 가지고 살아가도록 만드십니다.

이 모든 것 뒤에 우리에 대한 예수님의 유일한 바람이 있습니다. 바로 모든 이가 천국에 있는 모습을 보는 것입니다. 바로영원한 행복의 상태, “우리의 가장 큰 꿈과 염원이 끝없이 충족되는상태 말입니다. 우리 빈첸시안 가족, 공동체, 그룹, 팀 모두가 그 목표로 나아가는 길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예수님께서 가장 바라시는 그것에 협력하기 위해 우리 가족, 공동체, 그룹, 팀을 멋진 가족, 멋진 공동체, 멋진 그룹, 멋진 팀이 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사랑의 신비가인 빈센트 성인은 함께 함을 그의 은사와 영성의 중요한 부분으로 만들었습니다. 사실 공동체 생활은 빈첸시안 은사와 영성을 살아내는 가장 중요한 방식 중 하나입니다. 우리가 보다 건강하고 영적으로 깊고 관상적인 가족과 공동체, 그룹이나 팀을 만드는 데 마음을 기울일수록 우리는 우리의 꿈과 목표를 더 실현할 수 있게 되고 예수님께서 이 세상에서 우리에게 맡기신 사명을 더 많이 수행할 수 있게 됩니다.

인간으로서, 우리는 우리가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특히 관계 안에서 서로 다른 생각, 관점, 우선순위, 성격 등을 가진 사람들이 만나게 될 때, 기쁨 대신 슬픔과 실망, 고통, 그리고 거부를 경험합니다. 빈센트 성인 역시 한 전교회원에게 이렇게 씁니다:

당신이 당신 자신에 대해 잘 안다면, 스스로를 살아있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해야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느님께서 당신을 얼마나 참아 견디시는지 깨달아야 할 것입니다. 이 깨우침으로부터 오는 겸손은 당신을 스스로 내세우는 사람이 되기보다는 보이지 않는 곳에 머물도록 할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당신에게 주신 은총은 오직 당신을 위한 것입니다. 당신이 있는 바로 그 자리, 하느님께서 당신을 데려다 놓으신 그 자리에 적합한 사람이 되도록 만드시기 위해서지요.  (16561210일 코주터 수사에게)


제가 2017년 사순 때 드렸던 편지에서 빈첸시안 영성의 기초 중 하나인 삼위일체에 대해 묵상한 내용을 나누었습니다. 그 때 언급했던 요점 중에 지금 말씀드리고자 하는 건강한 공동체, 영성이 깊은 공동체, 관상하는 공동체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몇 가지를 다시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우리 각자에게, 또 빈첸시안 가족에게, 내가 속한 공동체나 그룹에게 과연 삼위일체가 주는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예수님에게서 삼위일체를 이해하는 데에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성부, 성자, 성령의 정체성과 사명, 그리고 목적을 생각해봅시다. 예수님의 삶은 우리가 그 세 위격의 관계와 그 사이의 연결성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을 주고 삼위일체가 우리 각자에게, 우리 공동체나 단체, 우리 그룹에 주는 영향을 알아채는 데에 도움을 줍니다.

우리가 하느님의 은총으로 삼위일체와 우리 각자가 맺은 영원한 관계, 삼위일체와 빈첸시안 가족, 삼위일체와 우리 공동체가 맺은 끊어질 수 없는 관계를 발견하고 이를 발전시킬 때, 우리 삶의 기본 바탕이 되는 관계의 이상적인 모델에 접근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우리 존재 깊은 곳에서 하느님과 하나가 되어, 곧 삼위일체이신 그분과, 또 서로서로와 하나되어 살아가는 관계 말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성부와 성자, 성령에 대해 알 수 있게 우리와 소통하십니다. 그분은 관계의 이상적인 모델로 삼위일체를 보여주십니다.

 

삼위일체에 대해 묵상할 때는 수도 삶을 살아가는 우리가 이 삶에서, 또 내가 속한 단체에서, 그 이상적인 관계모델을 어떻게 육화시킬 것인지 함께 묵상해야 합니다.

거룩한 삼위일체는 관계의 이상적 모델입니다! 예수님께서 그 이상을 보여주십니다.

성부와 성자 사이의 상호 관계

성부와 성령 사이의 상호 관계

성자와 성령 사이의 상호 관계

성부와 성자, 성령 사이의 관계

이 관계들에서 무엇을 발견할 수 있을까요?

첫째, 관심이 항상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향해 있다는 것입니다.

둘째, 우선순위가 항상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있다는 것입니다.

셋째, 칭찬과 감사의 마음, 우러러보는 마음이 늘 내가 아닌 다름 사람에게 향해 있다는 것입니다.

넷째, 삼위일체 각각의 위격이 사명 완수를 위해 다른 위격, 곧 상대와 협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늘 표현한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삼위일체 각각의 위격이 혼자 활동하는 것은 효과적이지 않고 충분치 않다는 것을 늘 명백하게 표현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관계 모델이 첫째, 내가 하느님과 맺는 관계에서, 둘째, 내가 공동체와 맺는 관계에서, 내가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뭐라고 말해줍니까?


삼위일체의 관계 모델을 우리 공동체에 어떻게 적용할지 빈센트 성인의 말을 들어봅시다.

우리가 삼위일체와 그들 사이의 거룩한 관계라는 이 아름다운 이미지를 우리 안에 갖고 싶다면 이러한 정신으로 무장합시다. 제네바의 주교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삼위일체 세 위격이 갖고 있는 고유함과 동등함이 아니라면 무엇이 하느님의 일치와 하나됨을 자아내겠습니까? 그리고 그들 사이의 닮음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들 사이의 사랑은 어디에서 오겠습니까? 그리고 그들 사이에 사랑이 없다면 우리가 무슨 이유로 그들을 사랑하겠습니까?’ 우리는 여기에서 복되신 삼위일체의 일치성을 발견합니다. 성부께서 원하는 것을 성자도 원합니다. 성령께서 하시는 일을 성부와 성자도 하고, 또 같은 방식으로 행동합니다. 그들에게는 하나의 동력만이 존재하며 같은 방식으로 움직입니다. 그것이 거룩함의 원천이고 우리의 모델입니다. 우리도 서로를 일치되게 합시다. 그러면 우리는 마치 하나인 듯한 여럿이 될 것이고 여럿이면서도 거룩한 일치를 이룰 것입니다. 우리 안에 이룬 일치가 부족하다면 그 부족한 것을 달라고 하느님께 청합시다. 유사성과 동등성은 사랑을 낳고 사랑은 일치로 나아가게 합니다. 그러니 우리가 서로 닮아가고 동등해지기 위해 무엇이 서로 다른지 먼저 보아야 할 것입니다. 우리 모두 같은 것을 좋아하고 우리 안에서 이루어지는 일들, 이루어지도록 허락되는 일들을 같은 마음으로 행하도록 함께 노력합시다.

한마음 한뜻이 되어(사도 4:32) 함께 살아가십시오. 이 일치의 정신을 품는 여러분은 하느님이 가지신 일치의 진정한 모상이 될 것입니다. 여러분의 숫자가 가장 거룩한 삼위일체의 세 위격을 나타내기 때문입니다. (빈센트의 훈화, 일치에 대하여, 1659523)

 

이를 위해 저는 성부와 성자와 일치를 이루시는 성령께, 같은 방식으로 여러분의 일치가 되어 달라고 기도합니다. 그리고 여러분이 대립과 어려움 가운데 있을 때 충만한 평화를 달라고 기도합니다. 대개 가난한 이들에게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그런 평화이지요. 하지만 이 점 역시 기억해두세요. 그 대립과 어려움이 여러분의 십자가입니다. 그리고 그 십자가를 통해 우리 주님께서 여러분을 당신에게로, 나아가 당신의 평화로 부르십니다. 모든 사람들이 여러분이 하고 있는 일을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또 그것을 볼 줄 아는 사람들은 그 일들이 충실하게 이루어질 때 세상에 그 보다 더 영광스럽고 거룩한 일은 없다는 것을 알아보지요. (앤 하르데몬트 수녀에게 보낸 편지, 1651730)

 

우리가 하고 있는 삼위일체에 대한 묵상을 도와줄만한 그림이 있습니다. 로마 전교회 총본부 건물에 들어서면 전교회 마크 엘더 수사님의 벽화가 그려져있는데 그것이 우리 가족과 공동체, 우리 그룹들이 어떻게 더 힘있게 사명을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해 우리에게 알려주는 바가 있으리라 봅니다. 빈첸시안 가족 운동의 일원으로서 우리는 우리 개인의 삶에, 그리고 우리 공동체의 삶이나 단체의 활동에 빈첸시안 은사와 영성이 계속적으로 통합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로마 총본부 건물에 들어서면 누구나 처음 마주하게 되는 것이 입구 사방에 그려진 벽화입니다. 정면에는 빈센트 성인의 초상이 있습니다. 성인의 얼굴은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의 얼굴이 모여 이루어져 있고 이 얼굴들은 빈첸시안 가족과 우리가 섬기는 많은 이들의 얼굴을 상징합니다. 빈첸시안 가족은 빈첸시안이 생긴 역사 이래 어느 시점에서건 그 자체로 빈센트 성인의 얼굴이 되는 것입니다.

왼쪽 벽면에는 빈첸시안 정체성을 이루는 다섯 가지 덕목이 표현되어 있습니다. 바로 단순, 겸손, 온유, 절제, 영혼 구원을 향한 열정이지요. 빈첸시안 가족의 각 수도회나 평신도 단체가 이 덕목 중에 일부, 혹은 이 밖의 다른 복음적 덕목을 더 우선시할 수도 있지만 이 다섯 가지가 모두 우리 빈첸시안 정체성을 특징짓고 풍요롭게 하는 것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오른쪽 벽면에는 복음적 권고, 즉 우리가 서원으로 발하기도 하는 정결, 가난, 순명이 표현되어 있습니다. 평신도이든 축성생활자이든, 모든 이는 각자의 소명에 따라 복음적 권고를 살아가도록 부르심 받았습니다. 때로는 수도회에 따라, 예를 들면 벽화에 그려진 대로 항구함의 서원이나 그 밖의 다른 서원들을 추가하기도 합니다.

네번째 벽면, 즉 건물 안에서 밖으로 나갈 때 보이는 주출입구 벽면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출입문 위쪽 벽면 꼭대기에는 성령 이미지와 함께 복음을 선포하라는 문구가 보입니다. 출입문 양쪽에는 밀밭에 밀이 사람의 얼굴들과 함께 섞여서 그려져있는데 바로 건물에 들어설 때 보이는 빈센트의 얼굴을 이루고 있던 사람들의 얼굴입니다.

여기서 제가 한 가지 비교를 해볼까요? 우리가 성당에 있을 때, 미사를 드릴 때 천상의 전례에 참여하고 있는 듯 느낄 때가 있습니다. 이콘 성화나 프레스코, 성가, , , 비잔틴 성당에서의 전례 등이 주는 풍요로움은 우리가 천국에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해줍니다. 성당 밖의 세상은 전혀 다르지만 성당 안에 들어설 때, 미사에 참여할 때, 그 순간 여러분은 천국에 들어갑니다. 필요한 모든 은총이 성당에서 채워진 채 여러분은 세상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방금 설명했던 벽화에서도 마찬가지지요. 예수님의 정신으로, 성령으로, 빈첸시안 은사와 영성으로 가득 채워진 채 우리는 밖으로 나갑니다. 그 벽화가 우리에게 보여주듯 세상의 밀밭으로, 복음을 전하러 말입니다.

세상이라는 밀밭으로 나가기 전에 우리 가족, 공동체, 그룹, 팀들은 빈첸시안 은사와 영성을 몸에 두르고 삼위일체의 모델에 따라 준비되어 있어야 합니다. 그때에 우리가 성령으로 가득 차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가져다주러 세상으로 나갈 수 있게 될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여러분 모두에게 은총을 내려주시어 여러분의 삶과 사도직에서 풍기는 좋은 향기가 다른 이들을 이끌어 거룩한 가톨릭 신앙이 더 자라나기를 기도합니다.” (1655924일 찰스 오젠느에게 보낸 편지)

 

빈센트 성인 안에서 여러분의 형제,

전교회 토마즈 마브릭 신부 드림                            

  성 빈센트 드 뽈 자비의 수녀회 클레오파 수녀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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